▒ 비로소 알게 된 내가 가진 문제의 원인
일주일간의 수련 과정 중에 우리 방을 담당했던 도움님은 나를 상담 할 때마다 머리로 수련 하지 말고, 마음으로 수련을 하라는 말을 하셨다. 너무 분석적으로 접근을 하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바람에 그만큼 정작 중요한 수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답을 얻고자 하는 마음을 버려야 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말조차 자꾸 떠올라서 ‘빼기’를 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궁극의 상태’를 한 번 도달해 본 이후에는 그 상태로 다시 가고 싶은 마음 때문에 더더욱 힘들어지기도 했다. 마음수련에서 지향하는 마음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마음에 아무 것도 없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들조차 모두 없애 버려야 그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머리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나만의 세계를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견고하게 구축하여 그 안에 딱 붙어 눌러 사는 데 아주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수련 과정이 쉽지 않았다. 사진 세계를 너무 견고하게 지어 놓아서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그것을 완전히 해체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를 둘러싸고 상존하면서, 타인과의 소통을 방해하던 정체불명의 쉴드(Shield)가 바로 내가 철저하게 구축해 놓은 나만의 ‘사진 세계’였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 내가 품었던 의문과 그에 대한 도움님의 답변
내가 의문을 품었던 것은 마음수련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하는 방법론에 관한 것이었다. 수련원에서 생활하면서 여러 대학생 도우미들의 경험담을 접할 수 있었다. 도우미들 중에는 대학생 캠프를 통해 마음수련을 처음 접하고, 이후에도 계속 2과정을 등록해서 결국 모든 과정을 끝내게 되었다는 분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물론, 마음공부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수련을 위해 예정되어 있던 유학이나 어학연수, 시험 등을 포기하고 휴학까지 하게 되었다는 도우미들을 접하면서 과연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음수련도 결국은 현실의 삶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한 수련의 한 방법이다. 시험이나 학업의 지속성 등은 현실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실제’ 요소들이다. 어떻게 보면, 마음수련을 하는 이유도 그것들을 하는 이유를 찾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일 텐데, 그것들마저 포기하거나 미뤄 가면서 수련을 한다면 그건 소위 ‘오버하는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불교의 역사를 살펴보면, 불교 종파가 대승불교와 소승불교로 나눠진 때가 있었다. 대승불교는 현실적 문제를 외면하던 기존 불교에 회의를 느끼면서 새로이 갈라진 불교 종파이다. 언젠가는 돌아 갈 내세를 준비하며 현세를 부질없는 것으로 바라보고 현실에 펼쳐진 문제들을 깡그리 외면한다는 것이 대승불교가 소승불교를 비판하는 핵심 이유였다.
마음수련에서는 좋은 것이던 나쁜 것이던 모두 허상이기 때문에 마음속에서 빼어 버리도록 한다. 물론 이것은 실제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하등의 문제가 없다. 하지만, 수련생들 중 일부는 이로부터 한 발짝 더 나아가 마음이 아니라 실제를 빼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마음이나 실제나 그것들이 비록 허상이고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이기는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요소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음으로 버리는 것이라면 몰라도, 언젠가는 사라질 허상이라는 이유로 실제를 버린다면 그것은 수련을 빙자한 일종의 현실도피가 아니겠는가?
사회와 단절된 채 군대 안에서 2년간 지내다가 전역 직후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가장 큰 부적응을 겪으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현실을 도피하면 안 된다.’라는 교훈을 얻었다. 위와 같은 생각도 이러한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내가 수련을 덜 해서 그런 생각이 든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실제를 버리면서까지 수련을 지속 하는 것은 과거 소승불교의 과오와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생각 되었다.
수련을 하면서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직접 느꼈다. 그래서 만약 내가 품었던 이 질문을 깔끔하게 해소할 수 있는 명쾌한 답변을 도움님으로부터 들었다면 캠프가 끝나도 계속 2과정을 등록해서 수련을 지속해 나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내게 돌아온 답변은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런 생각조차 버려라’는 답변이 돌아 왔다. 어떻게 보면 맞는 답이었다. 그런 의문들이 수련을 방해하고, 그로 인해 진정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나는 실상세계를 인지하기는 했지만 현실인 허상세계의 미련을 버리지는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