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려면 미리 계획을 세우고 인터넷을 예매를 한 뒤 봐 왔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나는 다른건 몰라도 영화표, 열차표는 미리 예매를 하곤 하는데, 무작정 갔다가는 허탕을 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영화 봐야지->결정부터 CGV 시트에 앉기까지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군 복무시절 후임으로 알게된 전주 사는 동생이 익산 놀러왔길레 CGV익산 건물에 있는 미피에서 피자나 먹여서 보내야지 한 것이 영화까지 보게 된 것이다. 오늘은 불금도 아니고, CGV에 간 시간이 점심도 저녁도 아닌 어중간한 5시경이었기 때문에 즉흥적 결정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았다.
- 그렇게 해서 CGV익산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영화를 보게 되는데..
며칠전부터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7번방 7번방' 해대길레 무슨소리들을 하는지 했다. 그게 새로 개봉한 영화 이름이었던 것. 7번방은 영화 배경이 되는 교도소 방 번호이다.
'웃기고 슬프다'의 뜻인 '웃프다'는 말이 무엇인지 몸소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 장르는 코미디로 되어 있고 실제로 도중에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 '웃긴 상황' 자체는 결코 웃기지 않다.
빵 터져서 웃고나서도 바로
'아, 이게 웃을 상황이 아닌데 웃겨ㅋㅋㅋ'
이런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 상영중에도 빵 터져서 웃지만 곧바로 숙연(?)해지는 상영관 분위기를 여러 번 느낄 수 있었다.
코미디 영화긴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사형 제도'라는, 다소 사회철학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과장된 부분이 없지는 않으니, 그냥 '영화니까~'하고 넘어가면 될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걸 꼬집기 위한게 아니라, 영화 소재로 사용하기 위해 '빌려왔을'뿐일 테니까.
다른 영화 평들을 보니 '저게 어떻게 실제로 가능하냐ㅋㅋ 다 뻥이네'이런 반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영화에 허구적인 요소가 더해지는건 당연한것이니 이런 비판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집고 넘어가야 할 점은, 여기서 다루는 내용은 실제와는 다소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고, 그건 영화니깐 봐 줄 수 있다는것.
영화 오프닝에서 배급사 로고나 이름이 생소해서(NEW라니...)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행간에 떠도는 소문(?)으로는 사실 영화감독조차 별 기대를 안 했다는 작품이라고 하던데, 중소 영화사 기준으로 볼 때 '대박'이라고 할 만 한 작품이 이 영화가 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듯 하다.
영화의 전체적인 상황 설정이나, 현재 시점인 모의 재판 속에 과거의 안타까운 사연을 오버랩시킨 구성 방식은 잘 되었다는 평이다. (모의재판 중간에 어른이 된 예승이 아버지를 변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건 예승의 '이랬다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잠깐 보여준 것이지, 실제로 전개된 스토리가 아니다. 여기서 낚인 사람이 좀 많을듯..)
단,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전반부의 상황 전개가 너무 빠르고, '7번방'내의 상황만을 너무 많이 다루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감옥 내에서의 상황 묘사 부분을 조금 줄이고 전반부를 조금 더 자세히 다뤄서 사건의 개연성을 높이고, 여기에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은 예승이가 성장하여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연수원에 들어가 모의재판을 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짧게나마 다뤘다면 감동이 배가 되지 않았을 지 싶다. 억울하게 아버지를 읽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상황에서 혼자만의 노력으로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코미디 영화도 단지 웃음만을 유발하기 위한 억지가 주 내용이었고, 다른 영화들도 화려한 CG를 빼면 남는 게 아무도 없는것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토리가 살아있고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가 소위 '포장만 화려한 영화'보다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만큼 사회가 각박해지고 살기 힘들어져서, '힐링'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바야흐로 감성의 시대가 도래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