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WLAB 서버는 사실 서버용 PC가 아니고, 서울에서 학업 목적으로 조립한 2008년식 데스크탑 컴퓨터이다.
윈도를 설치해서 데스크탑으로 쭉 사용해 오다가 군휴학과 함께 익산으로 나와 함께 내려왔다. 그리고 그 후로 한동안 휴가때마다 6주 간격으로 켜지는 컴퓨터로 쓰다가, 군 복무가 거의 끝나갈 무렵 전격 서버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웹 호스팅만 사용해 오다가 사설 서버를 직접 구축해서 사용하려고 하니 초창기에는 여러가지 애로사항들이 많았었다. 우선 리눅스라는 운영체제가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으므로 초반에 몇 차례나 갈아엎고 새로 세팅을 했을 정도로 삽질을 많이 했었다.
전역 및 복학 후 이 데스크탑 서버는 서울로 가져가지 않고 그냥 집에 놔 두고 계속 서버로 사용해 왔다. 겉보기에는 그냥 24시간 켜져 있는 데스크탑이었던 것이다.
올해 초 데스크탑 컴퓨터를 새로 맞출 필요성을 느끼고 견적을 뽑고 있었는데, 사건의 발단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케이스를 고르는데 마음에 드는 건 가격대가 상당히 높았던 것이다.
1~2만원대 저가형 케이스는 그야말로 PC방에서나 사용할만 한 디자인에 내구성도 상당히 약해 보였다. 그렇다고 마음에 드는 10만원대 케이스를 구입하자니 뭔가 좀 걸리적거렸다.
그러다 문득 24시간 켜져 있는 데스크탑 서버에 눈길이 갔다. 사실 그 케이스가 조립 당시 다나*에 있는 모든 케이스를 뒤져서 고른 것이어서 5년여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나름 만족하고 쓰고 있었다. 헌데 그 용도가 데스크탑이 아닌 서버인데, 겉모양은 서버가 아닌지라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있었고, 별로 간지도 안 난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데스크탑 서버를 가만히 응시하며 생각하길; 새로 조립하는 컴퓨터는 케이스를 저걸 갖다 쓰고 서버용 케이스는 따로 구입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 그리고 그 생각은 곧 현실이 되었다.
랙마운트 조립
랙마운트를 고르는데도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우선 20만원 이내의 적절한 가격대 조건이 필수였고, 추후 데이터센터 입주를 고려하면 높이(Unit 수)는 최대한 작아야 했다.
가장 작은 1U짜리 랙마운트에는 데스크탑 메인보드와 파워서플라이를 장착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다음 크기인 2U짜리 랙마운트를 선택해야 했다. 2U 이상 크기 랙마운트는 ATX규격의 메인보드 및 파워서플라이를 그대로 장착할 수 있다.
그렇게 심사숙고 끝에 선택한 랙마운트가 바로 [컴딜 CD-206S LP]이다.
▲ 컴딜 CD-206S LP 랙마운트
가격은 15만원 선이었고, 동일 가격대의 다른 랙마운트와 달리 6개의 하드디스크 장착 패널이 모두 핫스왑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조립 과정은 일반 데스크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음 순서로 랙마운트 조립을 진행하였다.
1. 상단 패널 분리
위쪽 측면 볼트를 풀면 상단 패널을 열 수 있다.
2. 가이드 볼트 장착
동봉되어 있는 가이드 볼트를 자신의 메인보드의 볼트구멍 위치에 맞게 배치한다. 가이드 볼트를 장착하지 않거나 잘못된 위치에 장착하면 메인보드 후면에서 쇼트가 발생하여 파손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3. 메인보드 및 파워 서플라이 장착
4. 하드디스크 장착
하드랙에 장착되어 있는 하드디스크 가이드를 빼내어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뒤 하드랙에 다시 끼운다.
5. 파워 및 데이터 케이블 연결
하드디스크 파워 케이블과 데이터 케이블을 연결한다.
6. 상단 패널 조립
상단 패널을 닫고 볼트로 고정한다.
7. 긁힘방지 패드 부착
서버랙이 아닌 선반에 놓으려고 했는데, 하단 볼트때문에 바닥이 긁히고 흔들리는 문제점이 있었다. 인근 마트에서 부직포로 된 긁힘방지 패드를 구입하여 네 귀퉁이에 붙여 주었다.
특명 : 먼지구멍을 막아라[!]
이렇게 긁힘방지 패드까지 부착하고 선반 위에 올려 놓고 보니 뭔가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 바로 곳곳에 크게 뚫려 있는 환기구멍들!
항온항습 및 집진시설이 되어 있는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입주시키면 상관이 없겠지만, 이 서버가 놓일 위치는 먼지도 많고 습도도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아파트의 거실이다.
온도나 습도 문제는 어떻게 제어할 만 한 뾰족한 수가 없으니 제껴놓더라도, 먼지에 대한 대비는 어느 정도 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우선 앞서 긁힘방지 패드를 구입한 마트에 다시 찾아가서 이번에는 랜지후드필터를 사 왔다.
▲ 렌지후드 필터
방진필터를 쓰면 더 좋겠지만, 어차피 렌지후드필터도 어느 정도 먼지 차단 효과가 있으니 그냥 이걸 활용하기로 했다. 오히려 방진필터보다 훨씬 촘촘해 보였다.
우선 상단패널의 큼지막한 구멍부터 막아주고...
다시 내부를 모두 들어내고(=.=) LP패널 및 백패널을 포함한 모든 환기구멍을 렌지필터로 막아 주었다.
더불어 하드디스크 가이드 전면 환기구멍도 이렇게 꼼꼼하게 막아 줬다.
다시 메인보드를 조립하고 뚜껑을 닫기 직전의 모습이다. 사진에는 안 찍혔는데, 나중에 80mm 환기팬을 구입하여 후면에 장착해 주었다.
그 이후 발견된 문제점..
이렇게 다 조립해 놓고 보니, 당연히 동작은 잘 되었지만 뭔가 살짝 아쉬운점이 있었다. 꼭 필요한 기능은 아니었지만 나름 핫스왑 베이라고 해서 이 제품을 구입했는데, 엄밀히 핫스왑 베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민망해 보였다.
상단 패널을 열지 않고 전면에서 하드디스크를 교환할 수는 있었지만, 하드랙 후면에 케이블을 잡아주는 패널이 없었으므로 케이블 분리 및 재장착은 수동으로 해 줘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즉, 전면에서 하드디스크 가이드를 분리하면 하드디스크에 연결된 데이터/전원 케이블이 함께 쭉 딸려 나오게 되어 있었다.
개인 서버를 운영하는데 딱히 핫스왑 기능이 크리티컬하게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핫스왑이 된다면 제대로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5분간 고민한 뒤, 이로부터 촉발된 5일간의 삽질에 돌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