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스왑이라고 하기엔 다소 민망한 하드랙을 제대로 된 핫스왑 베이로 만들기 위해 직접 제작하기로 작정하고 약 5일간에 걸친 삽질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설계는 정확한 치수의 측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상태에서 커넥터들과 볼트의 위치 및 크기, 간격 등을 캘리퍼스를 이용해 정확히 측정하였습니다. 측정 오차를 줄이기 위해 반복해서 측정하는건 기본이죠...ㅎ
측정한 치수를 기반으로 설계도를 작성합니다. AutoCAD와 같은 CAD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그리면 참 깔끔하고 보기 좋겠지만, CAD 툴은 OrCAD 외에는 써 본 경험이 없는 관계로 가장 쉬운 손캐드를 사용했습니다. [..]
0.5T짜리 함석판에 마스킹테이프를 붙이고 그 위에 설계도면을 그대로 옮겨 그립니다. 검은 선은 제단선이고, 파란 선은 가이드선, 그리고 빨간 십자 위치는 구멍을 뚫을 위치입니다.
송곳과 망치를 활용하여 홀 가공을 할 위치(빨간 십자)에 센터펀칭을 해 줍니다.
그리고 드릴로 구멍을 뚫어줍니다.
- 헌데 미니드릴이라 그런지 잘 뚫리지 않는군요... -_-
작업장(?)의 모습입니다. 방에서 작업을 하는 관계로 바닥에 철가루 파편이 튀지 않도록 청소기를 설치해서 파편이 발생하는 즉시 빨아들이도록 하였습니다.
미니드릴로 구멍 한 3개정도 뚫다가 하도 답답해서 마트로 달려가서 드릴을 사 왔습니다. 미니드릴로 한 5분씩 잡고 있어야 겨우 뚫리던 게, 이걸로 하니 10초면 뚫려버립니다.
구멍을 모두 뚫었으면 뒤집이서 그라인딩 작업을 해 줍니다. 철판 가공시 귀찮다고 그라인딩을 해 주지 않으면 자칫 다칠 수 있습니다. 저런곳에 베인 상처는 아주 깊고 또 아픕니다. =.=
홀 가공을 마쳤으므로 하드랙에 가장착 해 보았습니다. 볼트 8개가 정확하게 딱 들어맞는군요.
이제 다소 지루한 면삭(面削)가공을 할 차례입니다. CNC머신 없이 가내수공업(?)으로 이런 형태의 가공을 할 때 어떻게 하는게 정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동안 여러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드릴로 구멍을 여러 개 뚫은 뒤 줄칼로 갈아내는 방법이 가장 깔끔하고 좋은듯 합니다. 물론 구멍이 어느정도 커지면 쇠톱을 집어넣어서 자를 수도 있습니다.
직접 해 본 분들만 알겠지만, 이거 대단히 지루하고 힘들 작업입니다. 고도의 인내심이 필요함..
철판 한가운데가 아닌 아래로 터져 있는 면은 항공가위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헥헥ㅜㅠ 다 끝났다 ^-^
이제 항공가위로 부품들을 잘라냅니다. 항공가위로 작업을 하면 가공물이 아래 사진처럼 휘어지게 되는데, 망치로 살살 두들겨서 평평하게 펴 주면 됩니다.
접는 부분은 플랫롱노우즈로 접는 선과 평행하게 잡고, 손으로 가볍게 휘어주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마스킹테이프를 떼어냅니다. 금속 판재 가공에서 마스킹테이프를 활용하면 볼펜이나 연필 등으로 표시할 수 있는 잇점 외에도, 홀가공이나 그라인딩 과정에서 불필요한 흠집이 발생하는 현상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제 조립을 시작하지..
볼트와 너트로 가조립을 해 보았습니다.
PCB 서포트와 볼트, 너트를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모양으로 조립을 하게 됩니다.
가장착을 해 보았더니 하드디스크 커넥터 부분과 정확하게 일치하여 맞아 들어갔습니다. 치수나 위치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PCB서포트에 리벳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리벳못이 커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치수에 맞게 리벳못을 가공하고자 이렇게 분해를 했습니다. [...]
니퍼로 자르면 찌그러지니, 이렇게 쇠톱으로 갉갉칽아앙강ㄱㄱㄱ..
후.. 이제 PCB서포트에 맞아 들어갈 듯 합니다. 허나,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리벳 3마디 중 한 마디를 잘라낸 관계로 접합력이 약해져서 리벳을 해도 너무 쉽게 빠져버렸습니다. 여러 번 시도해 봤지만 결국 이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 무식한(!) 방법으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리벳 대신 볼트로 고정하고 볼트 머리를 줄칼로 갈아버리는 방법으로 [...] (볼트 머리를 그냥 남겨두면 하드디스크를 장착했을 때 커넥터가 끝까지 들어가지 않습니다.)
- 물론 저걸 다시 풀게 될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설계상의 문제는 없는지 여러 차례 검토했습니다.
볼트 머리 8개를 갈아내고 난 결과물입니다. ㅡ0ㅡ;
하드랙에 하드디스크는 총 6개를 장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지만, 핫스왑은 4개만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어차피 핫스왑 기능을 자주 활용할 일도 없을 뿐더러, 아래쪽 2개 베이는 커넥터를 장착하고 케이블을 배치할 공간이 없어서 그냥 수동 핫스왑 베이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난잡하게 엉켜 있는 후면 전선을 정리해주고, 함석판 절단면과 전선이 닿는 부분은 전선 피복이 벗겨질 위험이 잇으므로 쿠션 양면테이프로 마감해 주었습니다.
하드랙에 장착하고, 하드디스크까지 끼워넣은 사진입니다. 4군데 모두 정확하게 딱딱 잘 맞아 들어갑니다.ㅎ
제작한 핫스왑 패널과 하드디스크가 연결된 모습입니다.
전면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아래쪽 두 곳이 비어있는게 뭔가 미완성인듯한 느낌이 들지만, 이게 완성된 것입니다.ㅋ 이제 랙마운트 본체에 이대로 갖다 끼우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