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최전방?
이 포스트의 제목을 클릭하고 들어온 사람들은 아마 '공군 최전방'이라는 말에 갸우뚱 했을 것이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이, 공군 부대는 육군과 달리 휴전선 인근에 가까이 위치하지 않는다. 대부분 후방지역 대도시 인근 공항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지의 위치 선정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휴전선 인근에 위치할 경우 전면전 등의 상황이 발발했을 경우 지상군에 의해 점령당할 위험이 높다. 게다가 항공력의 특성상 육군과 달리 휴전선 인근에 붙어 있는다고 해서 딱히 영양가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군 병사는 전투기를 조종하거나 여기에 탑승할 일이 없기 때문에 딱히 '전방' 지역으로 가게 될 일은 거의 없다. 지리적 의미로 최전방까지 다가가는건 순전히 무장이 장착된 전투기를 직접 조종하는 조종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본인도 '군대가 뭐임?' 하던 시절에는 육군가면 탱크타고, 해군가면 배타고, 공군가면 무조건 전투기 타는건줄 알던 적이 있긴 했었다.)
전시에 '지리적' 최전방에서는 실제 적들과 마주하고 포격을 가하는 등의 지상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공군에서 지리적 최전방까지 실제로 다가가게 되는건 조종사들 뿐이지만, 조종사를 제외하고도 항상 최전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 장병들이 있다.
- 바로 항공기 무기정비 - 무장사들이다.
특기번호 41610 : 항공기 무기정비
진주에 있는 공군교육사령부에는 '호그와트의 대강당'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특기 추첨을 하는 강당을 의미한다. 전체 6주간의 기본군사훈련이 반 정도 끝나면 그동안 중간 성적과 자격증 등 스펙을 바탕으로 특기 선정을 하게 된다.
한 기수 훈련병들이 모두 강당에 모여서 앞에 펼쳐져 있는 스크린을 응시한다. 특기 배정을 담당하는 장교가 인트라넷에 로그인을 하고 특기배정 버튼을 클릭하면 한 기수 훈련병들의 향후 약 2년간의 운명(?)이 결정된다.
나는 정확히는 기억 나지 않지만, 1지망-전산장비정비, 2지망-전력설비, 3지망-유선정비 이렇게 선택했었다. 하지만 앞에 펼쳐진 스크린에서 내 군번과 그 옆에 써 있던 '41610'이라는 특기번호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뭐지?' 이것뿐이었다.
실제 자대에 가 보면, 무장특기는 오고 싶어서 온 사람은 드물고, 원하는 특기에서 밀려서 어쩔 수 없이 배정받은 경우가 대다수이다. 누가 '무장'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들어간 특기를 선택하려 하겠는가? - 나도 사실 평소 '무장'라는 단어는 뉴스에서 '민간인이 무장단체에 의해 피랍됬다', '은행에 무장강도 출현'과 같은 곳에서만 간간히 접할 뿐이었다. 무장이라니 무장이라니..
특기선정 후 바로 이어진 후 특기 설명에서 듣게 된 설명은 더 절망적이었다. '항공기무기정비는 전투기에 무장을 장착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특기로써..' 나는 눈을 닫을수는 없었으므로 그냥 귀를 닫아버렸다.
특기배정이 있던 그 날은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3월 말엽이었다. 특기소개까지 끝나고 줄을 맞춰 판초우의를 입고 내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이를 뿌드득 갈며 다짐했었다. 군대 마치기 전에 '정보처리기능사' 이 자격증만은 반드시 따겠노라고.
공군에서 특기 배정을 받는데 있어 크게 두 가지 변수가 작용하는데, 바로 자격증과 기훈단 성적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딱히 제시할만 한 자격증도 없었다. 특히나 정보처리기능사는 충분히 취득할 능력이 있었지만 귀찮기도 하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시험을 안 봤기 때문에 더더욱 약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렇다 할 자격증도 없었고, 천부적 몸치인지라 기훈단 성적도 하위권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들고 공군에 입대했더라면 군생활 판도가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그 때 느낀 절치부심으로 결국 이듬해 부대 내에서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무장 특기의 세부 갈래
41610으로 불리는 항공기 무기정비 특기는 말 그대로 항공기에 다는 무기를 정비하는 특기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투기에 무장을 장착하거나 장탈하는 일을 한다. 떨어지면 폭발하는 바로 그 항공 폭탄을 말이다[!]
하지만, 이 특기를 받는다고 모두 무장을 장착하거나 장탈하는 일을 하게 되는것은 아니다. 보통 앞서 말한 일은 무장 일선에 배치된 경우에만 하게 된다. 여기 속한 사람들은 보통 '라인맨'이라고 많이 부른다.
41610 특기를 받으면 우선 기술학교에서 1차로 '전술'과 '비전술'로 나뉘게 된다. '비전술'은 공격 무기가 아닌 플레어(Flare)와 같은 방어 장비 점검만을 전담하는 수송기나 헬기부대 등으로 가서 일을 하게 된다. 또는, 교육사 등에 남아서 항공무기와는 전혀 관련없는 소총정비(-_-)등을 하기도 한다. 비전술이 당연 인기가 높지만, 자리가 드물게 나고, 웬만한 기훈단+특기학교 성적으로는 가기 힘들다.
전술로 배치를 받으면 당연 비행단과 같은 전투 부대에 배치받게 된다. 이후에 또 다시 판도가 갈리는데, 바로 '야전'과 '일선'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사항이 하나 있는데, 바로 '야전'이라는 용어이다. 흔히 육군에서 야전이라 하면 전시에 야외에서 진지를 구축하고 작전을.. 하는 뉘앙스가 있지만, 여기서 의미하는 '야전'은 그런 뜻이 아니다.
(누가 처음 이름을 붙였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냥 군대 용어 대충 갖다붙여서 만든 것 같다는 뉘앙스가 풍긴다. =.=)
'일선(반)'은 위에서 언급한 항공기에 무장을 다는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야전(반)'은 무장 장착대나 지원 장비 등을 정비하는 일을 수행하게 된다. 내가 속해 있던 보직은 무장야전쪽이다. 무장 장착 업무를 아예 하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주 임무는 어디까지나 정비였다.
▲ 항공기 무기정비 특기의 세부 갈래
흔히 폭탄이나 미사일을 다루니 위험할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폭탄이나 미사일이 폭발해서 다칠 위험보다는 오히려 '들고 있던 폭탄을 놓쳐서 발등이 찍힐 위험'이나 '시동중인 항공기 엔진에 빨려들어갈 위험', '뾰족한 항공기 안테나나 기타 돌출부에 이마가 나갈 위험'이 더 크다.
항공 폭탄은 신관이 장착되기 전에는 그냥 무거운 쇳덩어리에 불과하고, 신관이 장착됬다 하더라도 그걸 지상에서 일부러 터뜨리기도 대단히 어렵다. 게다가 실사격 훈련이 아닌 경우 대개 폭약 대신 콘크리트로 채워 넣은 연습탄을 사용하므로 실제 폭탄을 만져 볼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다.
▲ MK-82 항공 폭탄과 그 끝에 장착된 신관(Fuse)
(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biomckill/4175441511/sizes/o/in/photostream )
위 사진은 MK-82라는 항공 폭탄에 신관이 장착된 모습이다. 신관을 장착하고 충격을 가한다고 해서 바로 점화가 되는게 아니다. 항공기에서 투하된 뒤 바람에 의해 저 끝에 달린 바람개비가 10,000PRM에 가까운 속도로 회전해야 겨우 신관이 '장전'되고(점화가 아니다.), 이 상태에서 지상에 닿아 충격이 가해져야 비로소 점화가 된다.
통상 컴퓨터 안에 있는 하드디스크의 회전속도가 7,500RPM인 것을 고려하면, 지상에서 인위적으로 신관을 점화시킬 환경을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오히려 폭발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더 위험한 특기는 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 폭발물처리) 특기이다. 이들은 불발탄과 같은 실제 폭발 위험이 아주 높은 폭발물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며, 자원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고강도 훈련을 마친 뒤에 실전에 투입된다.
제가 있을때는 461이었는데 46150으로 병 441기 1993년 제대했습니다.
당시에는 '무장전자정비대대' 이게 정확한 명칭이엇구요 줄여서 무장대로 불렸는데요
같은 라인 무장으로써 정말 고생하셨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당시에는 500파운드 연습용탄 들기로 얼차려 겁나게 받았는데요.
나중에 지나니까 추억은 커녕 허리 디스크로 슬슬 보답을 하더군요 ㅋㅋ
정말 고생하셨습니다.